영화'공작'의 배경 '흑금성 사건'

요즘 영화 '공작'이 엄청난 흥행몰이를 하고 있네요. 개봉 8일만에 누적관람객수가 300만을 넘어섰다고 합니다. 남북한을 소재로 한 다른 흥행작 '공조', '강철비' 보다 더 빠른 속도라고 하네요.

이 영화는 90년대 펼쳐진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그 실화에 대해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배경이 되는 사건은 바로 '흑금성 사건' 입니다.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1997년 12월 대선을 앞두고, 당시 김대중 후보를 낙선시키기 위해 안기부가 주도한 이른바 북풍 공작 사건입니다. 당시 안기부는 박채서 씨를 아자커뮤니케이션에 위장 취업시키고, 대북사업과 관련한 공작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흑금성의 본명은 박채서로 국군정보사령부 등에서 유능한 엘리트로 재직하다 갑자기 무능하고 불평불만이 많은 사람으로 바뀌었고 신용불량자로 내부 감찰로 적발되어 1993년 소령 신분으로 제대하게 됩니다. 안기부 해외공작실 공작원이 되어 대북활동을 하기 위한 작전에 따른 것이였죠

한국광고를 북한에서 촬영하려는 꿈을 꾸는 광고 프로듀서 출신의 박기영씨와 미진양행 운영자 정진호를 접촉하여 1995년 아자 커뮤니케이션 회사를 설립합니다. 박기영씨가 대표로, 박채서씨는 전무를 각각 맡았다고 합니다.

(주)아자커뮤니케이션은 1997년부터 북한의 금강산과 백두산, 개성 등을 배경으로 안성기 씨 등 남한의 인기배우와 북한의 인기가수 등이 함께 출연하는 TV광고를 찍는 프로젝트를 추진했었고, 북한의 유도선수 계순희를 모델로 한 광고도 계획했었습니다.

[삼성 애니콜 광고 : 이효리씨와 조명애씨가 공동 출현한 광고]

 

당시 안기부 공작원이었던 박채서 씨는 북한 고위관계자들과 만나 사업을 성사시키는 핵심 역할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1998년 안기부는 큰 위기에 빠집니다. 제 15대 대통령 선거에서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한나라당 이회장 후보의 관련자들이 북한에 총을 쏴달라고 부탁한 총풍 사건이 터집니다.

이 사건으로 파문이 일고 안기부에게까지 수사의 손길이 뻗치자 1998년 3월 안기부 전 해외실장 이대성 씨가 수사가 확대되는 거을 막고자 국내 정치인과 북한 고위층 인사 간의 접촉내용을 담은 기밀정보를 폭로합니다. 

이른바 '이대성 파일'로 불린 이 정보는 안기부가 1996년부터 1997년 2월까지 중국 북경에서 이뤄진 국내 정치권과 북한 고위층 사이의 접촉을 취합한 기밀정보였습니다. 

여기에는 대북공작원 흑금성의 활약상이 들어 있었는데, 특히 1997년 대선 당시 북한 관련 정보가 어떻게 선거와 정치에 이용됐는지를 드러내는 국가 1급비밀이었다. 

결국 '이대성 파일'에서 공개된 흑금성이 박채서 씨라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아자커뮤니케이션 측의 대북사업은 북측의 반발로 전면 중단됐다. (박채서씨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되어 징역 6년을 선고받았고, 2016년에 출소하였습니다.) 

아자커뮤니케이션 측은 "이 책임이 흑금성을 위장 취업시킨 안기부에 있다"며 1998년 손해배상금 78억 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으며, 2003년 1월 법원은 "국가는 6억 5000만 원을 지급하고 화해하라"는 화해 권고 결정을 내렸다고 합니다.